에스프레소 머신은 단순히 커피를 빠르게 추출하는 도구가 아닌 커피 문화를 형성하고 발전시킨 중요한 머신입니다. 1840년대부터 시작된 커피 추출 기기의 발전은 현대의 많은 변화를 거쳤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사이펀에서 Faema E61까지의 에스프레소 머신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초기의 커피 추출 기기들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커피는 커피는 터키 등의 이슬람 세력에 의해 발전 및 통제되고 있었습니다. 유럽에서는 십자군 전쟁 때인 12 ~ 13세기 무렵 커피를 접하게 되었고 16 ~ 18세기에서 이르러 대중화되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커피는 커피 가루에 설탕을 넣고 물을 부어 끓이는 일명 터키식 커피가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터키식 커피의 단점은 입안에 커피 가루가 남는다는 것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필터로 커피를 거르는 드립커피가 만들어졌습니다.
유럽에서 커피가 대중화되고 널리 퍼지자 터키식 커피 및 드립 커피의 치명적인 단점이 부각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추출 속도였습니다. 추출 속도는 매출과 연관되는데 기존 방식인 터키식 커피와 드립 커피로는 매출을 올리기 힘들었습니다.
1840년대에 들어서면서 커피를 빠르게 추출할 수 있는 다양한 기계들이 개발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것은 기압을 이용한 방식으로 이후 에스프레소 머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1. 기압을 이용한 커피 추출 도구
1840년대에 들어서면서 등장한 기압을 이용한 커피 추출 기기는 커피 추출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때, 개발된 대표적인 기압을 이용한 커피 추출 도구는 버큠포트(사이펀)입니다.
사이펀은 원래 중력을 이용해 높은 곳에 있는 액체를 낮은 곳으로 옮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관을 뜻하며, 사이펀 안에 가득 찬 액체가 사이펀 원리에 이해 빨려나가는 현상을 사이펀 작용이라고 합니다. 사이펀 커피는 이러한 사이펀 작용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버큠(진공) 포트라고 불립니다.
사이폰은 로버트 네이피어에 의해 진공 여과식 용기가 만들어졌으며 현대적인 사이폰은 1942년 프랑스의 배쉬 부인이 만들어 특허를 획득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에스프레소 개발에 중요한 기초가 되었습니다.
2. 기타 추출 방법
이 외에도 커피 추출 관련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졌습니다. 19세기 후반에는 물을 순환시키며 추출하는 퍼콜레이터가 개발되었고, 필터를 사용한 드립 방식도 발전하였습니다. 이는 커피의 맛과 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첫 번째 에스프레소 머신
이탈리아 밀라노의 루이지 베제라(Luigi Bezzera)는 1901년 최초의 증기 가압식 에스프레소 머신을 발명한 했습니다. 이 머신은 짧은 시간에 강한 맛을 지닌 커피를 추출할 수 있었습니다. 기계 안의 뜨거운 물을 끓여 1.2~1.5 bar의 압력을 생성한 뒤에 그 압력으로 물을 커피 원두에 통과시켜 커피를 빠르게 추출하는 원리였습니다.
당시의 대부분의 커피 추출 방식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일정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베제라가 발명한 머신은 주문과 동시에 바로 커피를 추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 발명은 1906년 밀라노 국제 박람회에서 대중에게 처음 공개되었으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머신으로 커피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에스프레소 머신의 발명은 커피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에스프레소 커피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상업적 성공과 발전
1901년에 발명된 베제라의 '증기 가압식 에스프레소 머신'의 특허를 1903년 데시데리오 파보니(Desiderio Pavoni)가 인수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라 빠보니'(La Pavoni)라는 브랜드로 에스프레소 머신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머신은 증기압 생성을 위한 끓인 뜨거운 물로 커피를 추출하다 보니 커피의 쓴 맛까지 추출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단점은 1938년 크레모네시(M. Cremonesi)의 피스톤 펌프의 발견으로 해결되었습니다. 물을 끓이지 않고 피스톤 펌프의 압력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은 커피의 쓴 맛을 제거해 주었습니다.
1946년에는 아킬레 가찌아(Achille Gaggia)가 용수철을 이용한 피스톤을 개발했습니다. 이 장치로 10 기압의 압력을 만들어 커피를 추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추출한 커피는 에스프레소 커피의 상징과 같은 크레마가 생성되었습니다. 당시 크레마를 향과 맛을 머금은 천연 크림으로 광고해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합니다.
1960년대에는 발렌테(Valente)가 그 유명한 Faema E61을 만들었습니다. 이 머신은 오늘날까지도 에스프레소 머신의 대표적인 모델로 남아 있습니다. 모터 펌프를 사용한 고압 추출 방식을 최초로 적용한 머신으로 현대 에스프레소 머신의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현대의 에스프레소 머신
오늘날 에스프레소 머신은 자동화되고,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압력과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 누구나 손쉽게 카페 품질의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1. 자동화와 디지털 제어
현대 에스프레소 머신은 디지털 제어 시스템을 통해 물의 온도와 압력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사용자는 원하는 추출 조건을 쉽게 설정하고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동화된 추출 과정 덕분에 높은 품질의 커피를 일관되게 추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2. 다양한 커피 메뉴와 커스터마이징 기능
최근 머신들은 에스프레소 추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커피 음료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유 스팀 기능을 통해 라테와 카푸치노 등의 음료와 아이스커피들도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3. 에너지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
최근에는 에너지 절약 기능과 친환경 재료 사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이펀에서 Faema E61까지의 에스프레소 머신의 역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역사는 단순히 머신의 발달을 넘어 커피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여정이었습니다. 초기의 실험적인 기기에서부터 오늘날의 첨단 기술이 접목된 자동화 머신에 이르기까지 에스프레소 머신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커피의 품질과 다양성을 높여왔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의 도입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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