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의 구조와 구매 시 고려 사항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취향, 예산 및 기능을 고려해 볼 때, 입문용 반자동 커피 머신으로 어떤 제품이 좋을까요? 그래서, 오늘은 가성비 끝판왕 반자동 커피 머신 CRM3605S와 CRM3605PWM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추출 변수 조절과 머신
집에서도 맛있는 커피를 즐기고 싶어 마음먹고 반자동 커피 머신을 구매한 뒤 좌절할 수 있습니다. 정성 들여 추출한 커피가 너무 맞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커피의 맛은 다양한 변수로 인해 변합니다. 대표적으로 원두의 배전도와 분쇄도, 물과 원두의 비율, 추출 시간 등이 그것입니다. 즉, 커피가 원하는 데로 추출되지 않았다면 위와 같은 변수들을 조절해야 합니다.
이러한 추출 변수 조절 난이도는 머신의 성능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머신의 성능은 가격과 어느 정도 비례합니다. 즉, 비싼 머신일수록 추출 변수 조절이 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정해져 있고, 약간은 번거로운 커피 추출이라는 취미 생활을 계속할지도 의문이라 무턱대고 비싼 머신을 구매할 수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비싼 머신도 커피 추출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면, 주방 인테리어 소품의 역할 밖에 하지 못합니다. 이는 중고거래로 이어질 뿐입니다.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가 추출의 번거로움을 참고 이 취미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핸드 드립으로 홈카페를 시작해 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핸드 드립은 10만 원 내의 예산으로 맛있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고, 추출 변수의 조절 방법도 익힐 수 있습니다. 핸드 드립을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면, 반자동 커피 머신을 구매해도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렇다면, 반자동 커피 머신을 처음 구매하려고 할 때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며 그 예산 안에 들어오는 머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추출 변수와 연관된 머신의 기능
예산 이야기에 앞서 반자동 커피 머신의 기능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의 구조와 구매 시 고려 사항'에서 커피 추출에 도움이 되는 기능으로 압력계, PID 컨트롤, OPV, 프리인퓨전 기능, 3 Way 밸브, 플로메타가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PID 컨트롤
원하는 추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원두에 맞는 물의 온도를 설정해야 합니다. 이때, PID 컨트롤이 있으면 물의 온도를 제어해 설정한 온도를 유지해 줍니다. PID 컨트롤이 없으면 온도의 안정성이 떨어져 일관된 추출 결과를 얻기 힘들어집니다. PID 컨트롤이 없는 머신은 선택지에서 제외하는 게 좋습니다. 다행히 대부분의 입문용 반자동 커피 머신에는 PID 컨트롤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압력계
추출 시 펌프 또는 포터 필터에 가해지는 압력을 볼 수 있는 압력계는 추출 변수 제어에 도움이 됩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보통 9 bar정도의 압력으로 추출하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이 보다 압력이 높아지면 커피 속 나쁜 성분들까지 추출되어 (과다 추출) 쓴 맛이 가득한 커피가 추출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압력이 높으면 분쇄도를 낮추거나, 원두량을 줄이거나, 탭핑 강도를 낮추는 등의 조정을 하기 쉬워집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입문용 반자동 머신에는 압력계가 없습니다. 대신 물의 온도를 볼 수 있는 온도계가 달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압력계가 꼭 필요하진 않지만 있다면 추출 현상을 해석하고 변수들을 조정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OPV
OPV는 과압을 방지하는 밸브입니다. 보통 9 Bar 정도로 설정합니다. 만약 9 Bar 이상의 압력이 발생할 상황에서 과압이 생기지 않으면 추출 시간이 길어집니다. 즉, 압력은 신경 쓰지 않고 추출 시간만 보고 변수를 조절할 수 있게 해 줍니다. OPV가 없다면 압력과 추출 시간 모두를 보고 변수를 조절해야 합니다. OPV의 유무에 따라 추출 난이도가 달라집니다.
OPV는 추출 변수들을 쉽게 조절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장치라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이 또한 대부분의 입문용 반자동 머신에는 없습니다. 아니 OPV가 있는 모델이 손에 꼽힐 정도입니다. 그래서, 가격 차이가 심하지 않다면 OPV가 달린 머신을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프리인퓨전
프리인퓨전은 추출 전 소량의 물로 포터필터 안 커피가루를 적시는 기능입니다. 핸드 드립의 뜸 들이기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즉, 프리인퓨전은 본 추출 시 물이 골고루 커피 가루를 통과할 확률이 높입니다. 물론, 프리인퓨전 기능이 없어도 추출을 하는데 문제는 되지 않지만, 안정적인 추출을 위해서는 프리인퓨전 기능이 있는 것이 낫습니다. 이 기능 또한 대부분의 입문용 머신에는 없습니다.
PID 컨트롤, 압력계, OPV, 프리인퓨전 기능은 추출 변수 조절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면 3 Way 밸브, 플로메타, 오토 백블러싱은 관리를 편하게 합니다.
3 Way 밸브 및 플로메타
3 Way 밸브가 있다면 추출 후 바로 포터필터를 제거해도 됩지만 없다면 포터필터 안의 잔압이 빠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한 잔만 추출할 때는 3 Way 밸브가 큰 역할을 하진 않을 수 있지만 연속 추출 시에는 3 Way 밸브의 유무가 편리함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플로메타는 유량을 측정하는 장치입니다. 이 장치를 이용해 설정한 추출량이 되면 자동으로 추출을 종료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바쁜 카페에서는 이 기능이 편리합니다. 만약, 한두 잔 내리는 홈카페의 경우는 저울로 추출량을 측정한 뒤 수동으로 추출을 종료하면 됩니다. 이 기능 또한 대부분의 입문용 커피 머신에는 없습니다.
종합하면 PID, OPV는 달려있는 반자동 머신을 구매하면 추출 변수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여기에 더해 3 Way 밸브가 있다면 입문용 반자동 커피머신으로 최고 기능을 갖춰다 볼 수 있습니다.
취향과 예산
취향
커피 취향도 반자동 커피 머신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만약, 라테 등의 밀크 바리에이션 커피를 즐긴다면 스팀 성능도 중요해집니다. 반대로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만 즐긴다면 스팀 성능을 크게 고려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입문용 커피 머신의 스팀은 비슷한 성능을 가졌고 카페의 상업용 머신과는 차이가 많이 납니다.
업그레이드 기변도 고려해야 합니다. 커피 추출 취미를 계속한다면 머신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때, 고려해야 할 것이 포터필터 사이즈입니다. 대다수 머신들의 포터필터 사이즈는 51mm, 54mm, 58mm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상업용 머신 및 중간급 이상의 머신은 58mm의 포터필터를 사용합니다.
처음 포터필터 사이즈를 잘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액세서리들 때문입니다. 바텀리스 포터필터, 탬퍼, 디스트리뷰터 등의 액세서리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업그레이드 기변 시 포터필터 사이즈가 바뀌면 전부 다시 사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한 가지 팁은 포터필터가 58mm인 게 유리합니다. 공유되는 영상 속 레시피들이 58mm를 기반으로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예산
그라인더
예산에서 중요한 것은 그라인더입니다. 처음 머신을 구매하려고 할 때 놓치는 것 중 하나가 그라인더입니다. 에스프레소는 미리 분쇄된 커피 가루로는 뽑을 수 없습니다. 갓 분쇄된 커피 가루에 물이 닿았을 때 가스가 발생하고 이 가스가 추출의 흐름을 방해하는 적당한 압력을 발생시켜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분쇄된 원두를 사용하면 추출 시 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물이 커피 사이로 줄줄 흐르게 됩니다.
그런데, 원두 분쇄 품질이 추출에 영향을 줍니다. 고르게 분쇄된 커피일수록 일관되고 원하는 커피가 추출될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우선,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에스프레소 굵기로 분쇄가능한 그라인더를 사용해야 합니다. 일부 그라인더는 에스프레소보다 굵은 핸드드립 전용입니다. 이를 잘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에 일정하게 분쇄할 수 있는 그라인더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에스프레소가 가능한 수동 그라인더는 4만 원대 이상, 전동 그라인더는 10만 원 대 이상을 고려해야 합니다. 즉, 이 정도의 예산을 추가로 고민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선택은 그라인더에 더 큰 비용을 쓰는 것입니다. 결국 커피 맛은 원두입니다. 좋은 원두를 잘 분쇄만 해도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가격대별 추천 입문용 반자동 커피 머신 (그라인더 제외)
[10만 원대]
맥널티 MCM-6851
- PID 컨트롤 (○)
- 포터필터 사이즈 51mm
- 압력계 있음 (○)
- OPV (○)
- 프리인퓨전 기능 (X)
- 3Way 밸브 (X)
- 플로메타 없음 (X)
- 스팀 세기 약함
CRM3605 (해외 직구): CRM3605S와는 다른 모델임
- PID 컨트롤 (○)
- 포터필터 사이즈 58mm
- 압력계 있음 (○)
- OPV 있으나 9Bar 세팅이 안 되어 있는 경우 많음 (△)
- 프리인퓨전 기능 있음 (○)
- 3Way 밸브 있음 (○)
- 플로메타 없음 (X)
- 스팀 세기 약함
[20만 원대]
오르테 OCK-351A
- PID 컨트롤 (○)
- 포터필터 사이즈 51mm
- 압력계 없음 (X)
- OPV 있음 (○)
- 프리인퓨전 기능 있음 (○)
- 3Way 밸브 없음 (X)
- 플로메타 없음 (X)
- 스팀 세기 약함
[30만 원대]
CRM3605S
- PID 컨트롤 (○)
- 포터필터 사이즈 58mm
- 압력계 있음 (○)
- OPV 있음 (○)
- 프리인퓨전 기능 있음 (○)
- 3Way 밸브 있음 (○)
- 플로메타 있음 (○)
- 스팀 세기 중간
- 백 플러싱 기능 있음 (○)
CRM3605S
CRM3605S는 329,000으로 앞에 소개한 반자동 커피 머신들 중 가장 비쌉니다. 그럼에도 이 머신을 추천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추출에 가장 도움을 주는 OPV가 있는 제품은 CRM3605(직구), 오르테, CRM3605S입니다. 이중 직구 CRM3605 모델은 OPV 압력을 조절하기 위해 머신을 뜯고 재세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OPV가 달려 있는 오르테와 CRM3605S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추출 난이도를 낮출 수 있는 선택입니다.
오르테 머신은 249,000으로 CRM3605S보다 8만 원 정도 저렴합니다. 하지만, 3 Way 밸브의 유무는 청소 및 연속 추출에 큰 영향을 줍니다. 3 Way 밸브가 없는 머신에서 추출 후 아무 생각 없이 포터필터를 분리하면 커피 가루와 물이 사방으로 튑니다. 조금이라도 고민 없이 관리하고 싶다면 8만 원 차이는 큰 차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업그레이드 기변을 고려한다면 포터필터 사이즈가 58mm인 CRM3605S가 더 나은 선택처럼 보입니다. 기변 후 다시 사야 할 액세서리 가격을 무시 못하기 때문입니다.
CRM3605S와 CRM3605PWM
CRM3605S에 8만 원만 더하면 CRM3605PWM 머신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PWM 모델은 가변압이 가능한 모델입니다. 9 Bar보다 낮은 저압으로도 추출 가능하고, 추출 중 압력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압력의 변화를 다양하게 줄 수 있어 다양한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정도의 가변압 기능은 지원하는 바로 위 상위 모델이 130만 원 대의 마누스S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가성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커피 추출에 영향을 주는 반자동 커피 머신의 기능과 가격대별 추천 머신을 알아보았습니다. 물론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추천 머신 중 가성비 끝판왕 반자동 커피 머신은 CRM3605S와 CRM3605PWM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가변압 기능으로 재미있게 커피 추출을 해볼 생각이 있다면 CRM3605PWM을 이 기능이 필요 없다면 CRM3605S를 눈여보 보심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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