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드립을 시작하려고 드리퍼를 찾아보면 생각보다 종류가 많다. 하리오, 칼리타, 멜리타, 오리가미, 트리콜레이트, 오레아...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드리퍼를 형태별로 나누어 봤다. 각 형태의 특징과 대표 제품을 살펴보고 이제 막 핸드 드립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잘 맞는 드리퍼가 무엇인지 알아본다.
드리퍼, 형태로 나누면 네 가지다
드리퍼를 나누는 기준은 형태나 재질 혹은 추출 양상(침출, 여과 등) 등 여러 가지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여러 기준 중 드리퍼는 생긴 모양과 추출 구조에 따라 나누어 보았다. 형태별 드리퍼는 크게 네 가지 - 원뿔형, 플랫바텀형, 사다리꼴형, 원통형- 으로 나눌 수 있다.
원뿔형 (Cone Type)
말 그대로 원뿔형이다. 위는 넓고 아래가 좁은 형태다. 바닥에는 구멍이 하나 뚫려 있다. 물이 중앙으로 모여 빠져나가는 구조라 추출 속도가 빠른 편이다. (단, 리브 - 드리퍼 내부 돌기로 종이 필터와 벽면 사이 공간을 만든다. - 구조에 따라 추출 속도는 차이가 난다)
원뿔형 드리퍼는 물 붓는 속도와 방법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커피의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좋은 드리퍼다. 반면 추출하는 사람마다 추출이 달라지기 때문에 커피를 깊이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지만 초보자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대표 드리퍼
하리오 V60 - 원뿔형 드리퍼의 대명사. 2005년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드리퍼 중 하나다. 내벽의 나선형 리브가 종이 필터와 드리퍼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공기가 잘 빠지는 구조다. 원두 본연의 향과 맛을 잘 살려준다. 다만 물 조절에 따라 맛 변화가 크기 때문에 초보자에게는 연습이 필요하다.
하리오 V60 네오 (NEO) - V60의 최신 버전으로 2024~2025년에 주목받기 시작한 드리퍼다. 기존 V60보다 리브가 훨씬 많고 리브 간 가격도 조밀하다. 그래서 필터가 드리퍼에 안정적으로 밀착된다. 그래서 물이 빠르게 흐른다. 추출 속도가 빨라 맛은 깔끔하고 단맛이 잘 산다. 또한 실리콘 받침대와 분리가 가능해 뒤에 설명할 하리오 스위치와 호환된다.
고노 드리퍼 - 일본의 오래된 드리퍼 브랜드. V60과 마찬가지로 원뿔형 구조에 큰 단일 추출구가 있다. 하지만, 리브가 하단에만 있어 추출 속도가 느리고 진한 커피가 나온다. 주로 강배전 커피를 진하게 추출할 때 사용한다. 섬세한 물줄기 조절이 필요한 드리퍼다. 핸드 드립을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클래식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UFO 드리퍼 - 하리오 V60(하리오 네오)의 드리퍼 각이 60도라면 UFO 드리퍼는 80도다. 납작한 원반에 가까운 원뿔형이다. 80도의 각도도 만들어진 드리퍼라 같은 원두를 담아도 하리오 V60보다 담긴 원두의 높이가 낮다. 그래서 안정적인 물길을 유지하고 커피 베드 전체를 골고루 적시는 장점이 있다. 꽤나 안정적인 핸드 드립이 가능한 드리퍼다. 다만 가격대가 UFO 트라이탄 V3의 경우 7만 원대로 높다.
하리오 스위치 - 모양 자체는 V60/네오와 같은 원뿔형이다. 하지만 드리퍼 아래 스위치를 눌러 침출식(물을 담가두었다가 한 번에 빼는 방식)과 여과식(바로 흘려보내는 방식)을 모두 쓸 수 있는 제품이다. 물 조절 없이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추출할 수 있다. 원뿔형 중에서는 예외적으로 초보자도 매번 균일한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하리오 네오와도 호환된다.
오리가미 (원뿔형 필터 사용 시) - 일본 도노우치에서 만든 드리퍼로 종이 접기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이쁘다. 원뿔형 필터와 플랫 바텀형 필터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드리퍼다. 어떤 필터를 끼우느냐에 따라 원뿔형으로도 플랫바텀형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플랫바텀형 (Flat Bottom Type)
바닥이 평평한 드리퍼다. 물이 커피 가루 전체에 고르게 닿도록 설계된 형태다. 원뿔형처럼 한 점으로 물이 몰리지 않아 비교적 추출이 안정적이다. 즉, 물 붓는 기술이 조금 부족해도 일정한 맛이 나온다.
대표 드리퍼
칼리타 웨이브 - 평평한 바닥에 3개의 구멍이 있고 전용 웨이브 필터를 사용한다. 필터의 주름이 드리퍼 내벽과의 접촉을 줄여 물이 고르게 빠지는 구조다. 추출이 안정적이라 초보자에게 가장 많이 추천되는 드리퍼 중 하나다.
오레아 베이비 오 (Baby O) - 작지만 성능이 뛰어난 콤팩트 플랫 바텀 브루어다. 작은 크기로 완성도 높은 1잔용 커피 추출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높이 약 5.9cm, 무게 약 52g로 가볍고 콤팩트해서 집뿐 아니라 야외, 여행용으로도 휴대하기 좋다. 다만 가격대가 6만 원대 이상으로 높다.
오레아 브루어 (V3/V4) - 중앙에는 V60 드리퍼와 유사한 홀이 있고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긴 홀이 네 면에 위치해 있어 추출 초반의 공기 흐름을 도와준다. 평평한 바닥면에 겉면 경사각이 가파른 최근 트렌드를 따르는 드리퍼다.
오리가미 (플랫 바텀 필터 사용 시) - 칼리타 웨이브형 플랫 바텀 필터를 꽂으면 플랫바텀형으로도 쓸 수 있다. 앞서 말했듯 하나의 드리퍼로 두 형태를 오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사다리꼴형 (Trapezoid Type)
바닥이 좁고 평평하며, 구멍이 하나 또는 여러 개 뚫려 있는 드리퍼로 역사가 오래되었다. 물이 바닥에 일정 시간 고였다가 빠져나가는 구조라 추출 속도가 원뿔형보다는 느리고 진한 커피가 나오는 편이다.
대표 드리퍼
칼리타 클래식 - 사다리꼴 바닥에 작은 구멍이 세 개 뚫려 있는 칼리타의 기본 드리퍼다. 칼리타 웨이브보다 추출 속도가 느리고 클래식한 진한 맛을 낸다.
멜리타 - 드리퍼의 원조다. 1908년 독일의 멜리타 벤츠가 처음 고안한 형태로 구멍이 하나로 역사적 드리퍼다. 구멍은 하나이지만 리브가 높아 칼리타보다 빠르게 추출된다. 역사적인 드리퍼지만 현재는 입문용보다는 마니아층에서 사용한다.
미스터 클래버- 하리오 스위치와 마찬가지로 침출식과 여과식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드리퍼다. 초보자도 분쇄도와 침출 시간만 지키면 안정적인 맛을 낼 수 있다.
원통형 (Cylinder Type)
위아래의 지름이 동일한 원통 모양의 형태다. 바이패스(물이 커피 가루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빠져나가는 현상)를 최소화해 수율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된 드리퍼다. 진하고 단맛이 강조된 커피 추출에 용이하다. 하지만 범용성은 다소 떨어지고 가격대가 다소 높다.
대표 드리퍼
트리콜레이트 (Tricolate) - 원통형 드리퍼의 대표 격이다. 평평한 바닥을 갖고 있어 커피 가루와 물의 접촉 면적을 균일하게 유지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추출의 일관성을 보장하고 사용자가 추출 속도와 시간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게 해 준다. 납작한 원통형 깔때기 형태라 다른 고수율 드리퍼에 비해 휴대성이 좋다.
오레아 Z1 - Orea 브루어에서 처음 출시한 노-바이패스 콘셉트의 브루어다. 구조적으로 모든 추출수가 반드시 커피 베드를 거쳐야 되도록 설계(즉 바이패스가 없다. )되어 있다. 상단의 물 분산 장치 '멜로드립'이 물길 쏠림을 방지한다. 두꺼운 BPA-free 트라이탄 소재로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추출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넥스트레벨 브루어 - 트리콜레이트, 오레아 Z1과 함께 최근 원통형·고수율 드리퍼 개발 경쟁을 이끄는 제품이다. 세부 구조는 다르지만 방향성은 비슷하다.
초보자에게 필요한 드리퍼의 특징
앞서 살펴본 것처럼 드리퍼는 참 많다. 그럼 처음 핸드 드립을 시작한다면 뭘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 세 가지만 보면 된다. 추출 속도(안정성)와 가격이다.
추출 속도가 느리고 안정적일 것
하리오 V60(혹은 하리오 네오)처럼 추출구가 크고 물이 빠르게 빠지는 드리퍼는 산미가 좋은 원두에 적합하다. 향미를 잘 살려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변수에 예민하다. 같은 레시피, 같은 원두, 같은 분쇄도로 내려도 물을 어떻게 붓느냐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즉 '내리는 사람의 실력'이 맛에 그대로 드러나는 드리퍼다.
반면 칼리타 웨이브는 평평한 바닥 구조 덕분에 물이 커피 가루 전체에 고르게 닿고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물이 빠져나간다. 물 붓는 기술이 조금 부족해도 매번 비슷한 맛이 나온다. 초보자에게는 하리오 V60보다 칼리타 웨이브 쪽이 더 적합하다. 처음부터 물줄기 기술을 완벽하게 익히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변수가 적은 드리퍼로 '실패하지 않는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흥미를 유지할 수 있다.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을 것
트리콜레이트, 오레아 Z1, 오리가미처럼 수율이 뛰어나거나 디자인이 예쁜 드리퍼는 대체로 가격이 높다.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비싼 드리퍼부터 사면 이 취미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나에게 잘 맞는 취미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에서 큰돈을 쓰면 꾸준히 이어가기가 어려워진다.
초보자에게는 가격이 낮아도 안정적인 추출이 가능한 드리퍼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핸드드립이 좋고 번거로움 조차 즐겁다는 확신이 생긴 다음 비싼 드리퍼로 넘어가도 늦지 않다.
초보자에게 맞는 드리퍼는? — 안정성 높고 가격도 낮은 드리퍼
핸드 드립을 이제 막 시작했을 경우 드리퍼를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안정적인 추출'이다. 추출할 때마다 맛이 바뀌면 힘들고 흥미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변수가 적을수록 실패가 줄어든다. 그리고 실패가 줄수록 커피를 내리는 재미가 생긴다. 여기에 가격까지 낮으면 부담 없이 시작하기 좋다.
| 드리퍼 | 형태 | 난도 | 가격대 | 초보자 추천 |
| 칼리타 웨이브 | 플랫바텀 | 낮음 | 중간 | ★★★ |
| 칼리타 클래식 | 사다리꼴 | 낮음 | 낮음 | ★★★ |
| 멜리타 | 사다리꼴 | 낮음 | 낮음 | ★★ |
| 하리오 스위치 | 원뿔(침출식 겸용) | 매우 낮음 | 중간 | ★★★ |
| 오레아 베이비 오 | 플랫바텀 | 낮음 | 높음 | ★ |
| 하리오 V60 / 네오 | 원뿔 | 높음 | 낮음~중간 | ★ |
| 오리가미 | 원뿔+플랫바텀 | 중간 ~ 높음 | 중간 | ★ |
| 고노 | 원뿔 | 높음 | 낮음 | ★ |
| UFO | 원뿔 | 낮음 | 높음 | ★ |
| 원통형트리콜레이트 / 오레아 Z1 / 넥스트레벨류 | 원통 | 낮음 | 높음 | ★ |
가장 추천하는 입문 드리퍼
는 칼리타 웨이브와 하리오 스위치다. 둘 다 구조 및 기능적으로 출이 안정적이고 실패가 적다. 이 두 드리퍼 모두 물 붓는 기술이 조금 부족해도 일정한 맛이 나오기 때문에 처음 핸드드립을 배우는 사람에게 가장 적합하다.
칼리타 웨이브 글라스는 가격대도 괜찮다.(2만원대) 전용 웨이브 필터를 사용해야 한다.
하리오 스위치의 경우 침출식을 사용할 수 있어 난도가 낮다. 또한, 드리퍼 상부를 네오나 ufo 등과 바꿀 수 있어 확장성도 있다.
가격까지 고려한다면 칼리타 클래식(101/102)이나 멜리타도 좋은 선택이다. 오래된 드리퍼라 가격이 낮고 추출 속도가 느려 물 붓는 기술이 조금 서툴더라도 안정적인 맛을 낸다.
반대로 오리가미, 스이렌, 트리콜레이트, 오레아 Z1 같은 드리퍼는 디자인이 예쁘거나 수율이 뛰어나지만 가격이 높다. 또한 원두 배전도나 물줄기에 따라 맛 변화가 커서 처음 시작하는 사람보다는 어느 정도 핸드드립에 익숙해진 다음에 넘어가는 걸 추천한다.
초보자의 추출을 돕는 도구
드리퍼 선택만큼 중요한 것이 추출을 보조하는 도구다. 아래 두 가지는 초보자의 추출 안정성을 크게 높여준다.
전자저울과 타이머 - 원두와 물의 양을 정확히 재고 투입은 도구다. 눈대중으로 내리면 매번 맛이 달라질 수 있다. 저울을 구매할 때는 타이머가 내장된 저울을 사는 게 좋다. 1~3만 원 대 저울들도 타이머 기능이 있어 사용하기 충분하다.
드립 전용 포트(드립포트)와 온도계 - 물줄기를 조절할 수 있는 드립 포트가 필요하다. 일반 주전자는 가늘게 물을 투입할 수 없다. 구즈넥(S자로 휘어진) 수구가 있는 드립포트를 이용하자. 이때 물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온도계도 필요하다. 물의 온도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치며
드리퍼 종류는 많지만 너무 고민은 하지 말자. 처음엔 칼리타 웨이브(글라스)나 칼리타 클래식 하나만 있으면 된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하리오 스위치를 사용해도 좋다. 이 드리퍼로 시작해서 커피 내리는 감각을 익히는 것이 가장 좋다. 드리퍼는 나중에 얼마든지 바꾸거나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구보다 중요한 건 매일 한 잔씩 내려보는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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